[사이버진보]정보통신부 "밥그릇 챙기기" 

도메인분쟁조정위 출범 배경

매일경제신문은 벌써 몇년 전부터 기사 중에 나오는 관공서, 기업체, 사회단체
등의 이름 뒤에 해당 기관의 인터넷 주소를 넣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신문이나 방송 광고 중에 해당 기업의 인터넷 주소가 나오지 않는
것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 주소(도메인)은 우리 삶에 한 부분이 됐다. 

도메인이름은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네트워크상의 주소로 기계가
이해하는 숫자로 된 컴퓨터의 주소(IP주소)를 사람이 기억하기 쉽도록 영문자,
숫자 등의 조합으로만 표현한 일종의 주소로서 전세계적으로 계층적 구조를 이루며
중복되지 않는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고유함이라는 특성과 함께 인터넷을 이용한 상업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도메인이름이
하나의 브랜드로 재산권적인 가치가 증대돼온 것도 사실이다. 

또 '선접수 선등록' 원칙에 의해 등록이 이뤄짐에 따라 유명기업들이 자사의
이름이나 상표 등을 선점한 개인 및 중소기업과 분쟁에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신문지상에 오르곤 한다. 

최근의 국내 도메인 분쟁으로는 비아그라 생산업체인 화이자사가 viagra.co.kr
도메인을 등록해 놓고 인터넷으로 칡즙 판매를 하고 있는 권모씨 등을 상대로 낸
상표권 등 침해금지청구소송이 대표적. 

화이자사는 지난 1999년 "권씨 등이 운영중인 칡즙 비아그라 홈페이지가 상표권을
침해하고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혼동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패소하자 항소, 지난해 12월 있었던 2심에서는 승소 판결을
받았다. 권씨 등이 상고해 곧 대법원이 최종판결할 예정이다. 

정보통신부는 도메인이름 분쟁의 조정과 관련해 최종확정판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법원을 통한 조정방식이 아닌 대안적 분쟁조정(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방식이 필요하다며 지난 2000년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호보등에관한법률(일명 통신질서확립법)을 개정하면서
도메인이름분쟁조정기구 관련조항을 집어넣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 4일 .kr 도메인 관리기구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 산하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새롭게 시행되는 분쟁조정제도에 의하면 2개월 안팎의
단기간에 조정결정이 이뤄지며 분쟁조정신청인은 조정위원회 웹사이트를 통하여
온라인으로 분쟁조정신청을 할 수 있다"며 "도메인이름
무단등록행위(사이버스쿼팅)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기틀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kr 도메인 관련 분쟁이 많지 않고 최종 확정판결까지 가서
판례가 난 사건이 아직 한 건도 없는 상태에서 정통부가 분쟁조정기구 수립을
서두른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가 출범하기 전에도 소비자보호원과 산업자원부
산하 전자상거래분쟁조정위원회에서 도메인 분쟁에 대한 중재권한을 갖고 있었는데
굳이 별도의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정보통신운동진영에서는 이같은 정통부의 무리한 사업추진이 통신질서확립법 개정
당시 정통부장관의 업무영역을 '주소자원 관리'로 확장시킨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인터넷 도메인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있다. 

"국제적으로도 대안적분쟁조정방식을 더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전응휘 피스넷 사무처장은 "도메인 신청을 받고 발급해주는
인터넷정보센터에 분쟁조정기구를 설치하는 것부터가 모순"이라며 "지금까지의
국내 도메인 분쟁의 경우 대부분이 .com 등 최상위도메인 관련이 대부분이고 .kr
도메인의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아 도메인 분쟁에 대한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통부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재설dllp21@kdlp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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