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관한 의견을 약간 게재한 글이어서 가지고 옵니다...^^^

 작성자   : 배추 (bcbl@dreamx.net)  조회: 177, 줄수: 25, 분류: Etc.  
'학력철폐'주장에 대하여  
'학력철폐'주장에 대하여 

오늘 국무회의 석상에서 교육부장관겸 부총리인 한완상이 '학력철폐'에 관한
대책을 발표했다가 그자리에서 씹히고 말았다고 한다. 이 대책의 핵심적인 사안은
기업 신입직원 채용서류에 '학력'란을 없애 기업의 채용풍토를 바꾸겠다는
내용이었다. 

한나라당의 김용갑의원은 "한완상 부총리의 사회주의병 또 도졌다"며 개소리를
해댔다. 이에 뒤질세라 조선일보는 사설, 이준 경제과학부 차장대우의 칼럼,
정치부 기사등 이틀사이에 4편의 기사를 중요배치해서 한부총리의 발언을 문제삼고
나섰다. 얼마전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평준화가 나라를 망친다'라는 칼럼의
인식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현 정부의 국무위원들의 수준도 별반 다르지는 않은것 같다. 좀더 품위있는 말로
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아야 할까?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
진념 경제부총리, 이한동 총리의 상황판단도 본질적인 면에서 조선일보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것 같다. 

나는 한완상부총리의 '학력철폐론'의 대의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해법의 실효성에는 의문을 표시한다. 기업의 채용서류에 '학력'란을
표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과연 우리사회의 '학력주의'가 개선될수 있을까?
한부총리의 제안을 통해 한국사회의 모습을 다시한번 확인할  있었다는 점에서
작은 위안을 삼아야 할까? 

우리사회에서 교육은 가장 큰 사회문제이다. 누구나 동의하는 말이다. 학벌문화
타파에 원론적으로 반대하는 기업은 없다. 이건 조선일보 이준 차장대우가 자신의
칼럼에서 주장하는 바다. 특정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에서 승진에서
특혜를 받고 있으며,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아들딸들이 그 기득권을 획득하도록
매달 수십, 수백만원의 돈을 사교육비에 투자한다. 그 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수만
있다면 제대로된 구조조정, 제대로된 사회복지정책이 마련될수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동의한다. 

다시 문제는 해법이다. 교육부총리의 '학력철폐'주장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꼴통들은 일단 무시하자. 그들은 토론을 통해, 설득을 통해 자신들의 사고를
바꿀리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지고있음에도,
끝까지 자신들의 태양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물러날때 조용히
역사의 뒷편으로 물러서지 않는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외면밖에 없다. 

교육은 그 시대의 거울이다. 청소년들의 비행, 탈선의 원인이 선정적인 인터넷,
폭력적인 대중매체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객관적으로 우리의 사회를 보아야 한다. 안정적 사회진출과 기득권이 보장되는
대학이 수용할수 있는 인원이 10이라면 그 좁은 관문으로 들어가기를 강요받는
우리의 청소년은 100을 넘어선다. 선택된 10에게 부여된 특권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사회에서 나머지 90은 패배자이며 낙오자이다. 경쟁에서 낙오한 그들이
눈물을 머금고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모습은 부패와 비리가 만연된 쓰레기일뿐이다.
감히 누가 누구를 비판하고 꾸짖는단 말인가? 

서울대 졸업장이라는 간판이 그 사람의 능력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전직
대통령이었던 김영삼은 이런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될때 최고의 성과를 되돌려준다. 우리나라 같은
천민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독과점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옥과 같은 입시를 통과한 소수자들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현재의 '학벌문화'는
사회적 독점 혹은 과점에 다름아니며, 이는 우리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저해한다.


한완상부총리의 '학벌철폐'발언을 둘러싼 일단의 해프닝은 교육문제를 둘러싼
우리사회의 지형을 정확히 보여준다. 문제는 해법이다. 하지만 이 해법은 학벌문화
타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탁상공론식이 되어선 곤란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해법이다. 이 구체적 해법은 기업의 채용서류에 '학력란'을 표기하지
않도록 하는 유치한 발상이 아니다. 

한 사회의 교육은 그 사회의 수준을 결코 넘어서지 못한다. 시작과 끝을 찾기
어렵도록 뒤얽힌 우리사회에서 단칼에 무 자르듯한 명쾌한 해법이란 존재할수
없다. "철학의 결과는 단순하지만, 철학의 방법은 단순할수 없다. 철학의 복잡성은
주제의 복잡성이 아니라 우리가 매듭지어놓은 앎의 복잡성이다"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우리의 교육문제앞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특정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카르텔속에서 대대로 특혜를 누리는 이
비인간적이며 반자본주의적 문제의 해결은 한두해, 한두 정치인의 노력에 의해
완벽히 해소될수 없다. 진정으로 '학벌철폐'를 원한다면, 교육때문에 이 나라를
떠나는 수많은 부모들을 보고싶지 않다면, 먼저 우리는 교육이 사회의
공적영역이라는 명제에 동의해야한다. 부모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그
자식들에게 까지 대물림되는 이 비틀어진 교육제도의 개선은 교육의 공공적 역할의
회복없이는 불가능하다. 국가재정중 5%라도 교육재정으로 확보하는 일은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