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의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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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의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
그리고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자료집을 발간하며


- 2000년이 온라인 공간의 자유와 인권이 무참히 짓밟힌 해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

지난 7월 20일에 정보통신부가 공개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하,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법이 온라인 공간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검열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정보통신부로의 권한집중과 불필요한 개입으로 온라인 공간의 자율성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개정안은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3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 개정안을 반대한 이유는 이 문제가 단지 법률을 개정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의 일상생활과 정치·경제·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꿔놓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이 구현되는 온라인 공간을 어떻게 하면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곳으로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더불어 우리는 정부가 현실세계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 온라인 공간의 개인정보보호, 인터넷내용규제, 인터넷주소자원관리 등에 관한 정책을 전통적인 정부규제방식으로 접근하고, 시민사회와 이용자들에 의한 자율적인 규제능력을 강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을 통한 직접 개입과 권한강화를 통한 문제해결방식에 깊은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런데도 정보통신부는 이러한 시민·사회단체와 네티즌들의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외면한채 문제조항 몇 개를 수정·삭제하는 선에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더군다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마치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것처럼 발표해지만 실제로는 문제되었던 규정을 정보통신기반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그대로 존치시키고 있어 정보통신부가 과연 시민의 의견을 수렴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조차 의구심을 들게 하고 있다. 전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이 중요한 법안들을 사회적 합의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정보통신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우리는 정보통신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체출한 3개 법안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개정안, 정보통신기반보호법개정안, 전기통신사업법개정안 - 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서를 다음과 같이 제출하며 지적한 문제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나 사회적 합의과정없이 통과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하는 바이다. 만약 정부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21세기의 첫해를 여는 2000년 올해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인권이 정부기관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해로 기억될 것이다.

1.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안)

가. 민간부문의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은 크게 개인정보보호부분과 정보통신망안전성 확보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런데 컴퓨터와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개인정보의 유출에 따른 개인의 정신적·물질적 피해가 사회문제화되고 있기 때문에 민간영역에서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는 공공영역에서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 별도로 규율하고 있는 것처럼 민간영역에서도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일반원칙을 제시하는 법률이 필요하다는 법률구조상의 이유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침해현상이 비단 정보통신망에서만 발생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방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민간영역의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되어야 한다는 학계나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하기 보다는 현행법률에 인터넷내용등급제와 인터넷도메인주소자원관리에 관한 내용까지 추가하여 전혀 다른 성격의 내용들이 하나의 법률에 혼재되어 있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현재 정보통신영역에서는 개인정보보호문제가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따라서 현재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안에서 기형적으로 존재하는 개인정보보호조항으로서가 아니라 민간부문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별도의 독립된 법안으로 입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나.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안내용은 이용자의 정보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에 관해서는 위와 같은 법률구조상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 개정안 중 개인정보호보부분은 그동안 애매모호했던 규정들을 구체화시키고 새로운 조항(인수.합병에 관한 조항과 아동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조항)을 신설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용자의 입장보다는 사업자의 입장이 고려된 측면이 많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법률은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고려해서 개정되어야 함에도 정부의 개정안은 사업자들이 개인정보를 보다 용이하게 수집하고 이용할 있도록 함으로써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라는 근본취지를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특히 개정안 제28조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수.양도하거나 인수.합병시 관련사실을 이용자에게 고지하는 행위만으로도 개인정보를 이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제3자로의 이전은 이용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항으로서 고지하는 행위만으로 개인정보를 이전하게 하는 개정안은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감을 증폭시킬 것이다.

또한 목적이 달성된 개인정보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최초의 정보수집단계에서 포괄적으로 이용자의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악용하여 개인정보를 즉각 파기하지 않고 영구히 보관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인정한 점(개정안 제32조), 중립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를 정보통신부 산하에 두고 준사법적 권한까지 행사하게 한 점(개정안 제36조)도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많기 때문에 재고되어야 할 조항이다.

다. 인터넷 내용등급제는 여전히 검열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가장 큰 논란이 되어온 인터넷등급제에 대해 정부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대폭 수렴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검열적 요소, 즉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여지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즉, 개정안에서 제시된 인터넷등급제는 청소년 유해매체물에 대한 통신공간에서의 법적 규제를 정보제공자 일반인 비영리단체나 개인이 제공하는 정보서비스까지도 모두 심의대상화함으로써 사전검열을 허용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부 장관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등급을 부여하고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그 기준을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의 규정에 의해 국가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마련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자율등급이 아닌 사실상의 국가에 의한 정보등급표시제를 강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인터넷 내용규제 및 이용금지 등에 관한 입법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법적 규제 문제이므로 매체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함께 해외의 입법사례 등을 고려하고 여성, 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시민사회 구성원과 네티즌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 신중히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이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로 제시된 현재 개정안의 관련 부분은 전면 폐기되어야 할 것이다.

라. 서비스제공자의 자체검열을 강요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개정안은 제49조에서 제48조의 금지행위인 명예훼손, 허위정보유통, 사생행위 조장, 음란정보 제공 등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았다고 자는 관련정보를 취급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당해 정보를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는 7일 이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정보의 내용이 명예훼손인지, 허위정보인지, 음란정보인지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삭제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으로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 조항은 단지 정보의 중개자에 불과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자체검열을 강요하고 해당정보를 임의삭제 가능케 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많기 때문에 재고되어야 한다.

마. 인터넷 주소자원은 전세계적으로도 민간자율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개정안의 제16조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시민사회의 자율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인터넷 주소자원에 대해 정통부가 여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방향으로 제도의 틀을 짜고 있다.

현재 한국인터넷정보센터라는 재단법인을 통해 민간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인터넷주소정책에 대한 기능수행이 오랜기간동안 이루어져왔고, 현재도 진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통부가 일방적으로 이를 정통부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전세계적인 흐름인 인터넷도메인주소관리에 대한 민간자율성을 촉진하기 보다는 오히려 저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정보통신기반보호법(안)

가. 국정원에 의해 공공·민간기관의 정보통신망이 통제될 우려가 있다.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장안 제6조에서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일정한 공공단체등의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에 국가정보원의 관여를 인정함으로써 국가정보기관에 의한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로 악용될 소지를 안고 있다.

그리고 제정안은 국무총리 소속의 정보통신기반보호위원회와 한국정보보호센터로 하여금 정보통신기반시설보호에 대해 충분하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국가정보원의 관여를 인정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대부분의 정보통신시설이 상호연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관여는 민간기관에까지도 이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나. 온라인 의사표현 수단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제정안의 제15조 제3호는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하여 일시에 대량의 신호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오류를 발생하게 하여 시스템의 운영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 혹은 항의표현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행위나 말머리 달기 운동, 항의메일 보내기 운동에까지 적용될 수 있다.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방식의 의사표현수단인 게시판글올리기나 항의메일 보내기 등은 현실공간에서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와 같은 것으로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서 섣불리 규제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특성을 지닌 온라인 매체에서의 이용자 의사표시 행위를 매체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제약하려하는 것은 온라인 공간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3. 전기통신사업법(안)

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사실상 모든 인터넷 정보를 검열하게 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제53조에서는 불건전한 정보의 유통방지 및 제한과 이용자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위해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정보에 대한 심의, 인터넷등급제 촉진, 명예훼손에 대한 피해분쟁 등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의 불온통신에 대한 개념이 "불건전한 정보의 유통방지 및 제한"이라는 문구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하여금 모든 정보에 대한 검열을 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심의대상이 되는 정보를 "일반에게 공개될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모든 정보는 거의 대부분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제공되는 바, 이는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모든 정보를 사실상 검열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 정보내용등급자율표시의 촉진은 결국 타율적인 인터넷 등급제를 의미한다.

정보통신부는 일명 "통신질서확립법"에서 인터넷등급제가 사회적 논란이 일자 시민단체의 의견을 대폭 반영하여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보도자료를 낸바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부는 전기통산사업법을 통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하여금 "정보내용등급자율표시를 촉진"하도록 임무를 부여함으로써 사실상의 국가행정기관에 의한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추진하고 있다.

자율등급제의 필요성이 있다면 말 그대로 인터넷서비스제공자와 인터넷이용자를 포함한 시민, 민간단체들에 의해 순수하게 자율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하여금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촉진하도록 하는 것은 자율등급제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명예훼손분쟁을 조정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개정안중에서 특히 행정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하여금 개인들 사이의 명예훼손분쟁에 직접 개입하여 조정을 하도록 하겠다는 조항은 사법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개인들 사이의 명예훼손분쟁을 행정기관이 직접 개입해서 조정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행정기관에 의한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삭제되어야 한다.

라. 위헌소지가 있는 정통부장관의 삭제명령권과 불온통신규정 문제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법률안에는 그동안 위헌소지가 많다고 비판받아온 정보통신부장관의 삭제명령권, 애매한 내용의 불온통신규정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위헌소지가 없는 형태로 개폐하는 부분이 삽입되어야 할 것이다.

2000년 10월 19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진보네트워크센터·함께하는시민행동·PeaceNet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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