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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 3010
글쓴날 : 2002-05-27 21:18:31
글쓴이 : 보스코프스키 조회 : 4785
제목: 마지막 터부, 죽음-한겨레 21 3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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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스토리 ]

2001년05월08일 제358호 


마지막 터부, 죽음

‘풍속사’를 통해 본 죽음에 대한 관념과 인간답게 죽을 권리


사진/ 납골당 전체를 인간의 뼈로 인테리어한 로마의 ‘카푸치노 승단’. 카푸치노라는 커피는 바로 이 승단에서 마시던 것이라고 한다.


죽음에 대한 관념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이 분야의 선구적인 업적은 마땅히 필립 아리에스에게 돌아간다. 현대의 고전이 된 그의 <죽음 앞의 인간>에 따르면 죽음은 시대에 따라 다섯 가지로 그 모습을 바꿔왔다. 가령 중세 초기에 사람들은 신앙과 공동체의 품속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공동체가 해체되고 개인화가 진행되는 중세 말에 이르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커진다. 바로크 시대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공포를 느끼면서도 거기에 묘한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당시의 지성인들은 집집마다 해부학실을 갖추어놓았고, 연인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해부학 강의실을 구경다녔다고 한다.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면 죽음은 아름다운 것이 된다. 이 시기에는 죽음의 담론이 주로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인들. 죽음에 저항하는 전통적인 종교적 전략과 낭만주의의 미학적 전략이 사라진 자리에, 우리 현대인은 아무 대책없이 홀로 남겨졌다. “터부가 유일한 터부 되었다”는 오늘날, 진정으로 유일한 터부는 ‘죽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보편적인가


사진/ 티베트의 ‘조장’. 여러 가지 칼로 시체의 뼈에서 살코기를 모두 발라내어 모여든 독수리떼에게 향연을 베풀어준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얼마 전에 잘 나가는 경영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죽음에 대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극심했던 중세 말, 그때의 분위기를 반영한 마카브르(=시체를 묘사한 그림)를 보여주었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그때 그 자리에 들고 나갔던 그림 중에 <3인의 생자와 3인의 사자>라는 것이 있다. 부귀와 영화의 정점에 있는 세 젊은이가 사냥을 나갔다가 관 속에 들어 있는 세구의 시체를 만나,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 젊은이들에게 시체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도 한때는 너희와 같았다. 그리고 너희도 언젠가 우리처럼 될 것이다.” 과거의 귀족은 이런 그림을 보며 죽음을 생각하는 것(=memento mori)을 덕목으로 삼았다면, 현대의 귀족은 자기가 죽는다는 사실을 연상하는 것조차 꺼리는 모양이다. 하긴 현대의 귀족들은 중세의 귀족들과 달리 기독교에서 보장하는 영생의 약속을 믿기에는 너무나 합리적이다. 그러나 합리성이 죽음을 막아주지는 못하지 않는가.

죽음에 대한 관념은 사회마다 다르다. 초기 중세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아리에스의 주장에 엘리아스는 의문을 표했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가 보편적인 현상은 아닌 모양이다. 언젠가 프랑스 방송사 <아르테>(arte)의 프로그램에 나온 어느 아프리카인은 자기 부족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죽음은 마을 옆의 강 건너편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뿐”이란다. 우리는 주검과 죽은 자를 두려워하나, 아직도 멕시코에서는 1년에 한번씩 공동묘지의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의 마을로 찾아온다고 믿는다. 산 자들은 요란한 축제로 이 유령(?)들을 마을로 맞아들인다. 사실 유교에서 말하는 제사도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또 샤머니즘에서는 무당의 입을 통해 실제로 산 자와 죽은 자가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가. 요즘은 “화장장 결사 반대”라는 구호로 산 자들이 죽은 자들을 박대하지만, 사실 우리 전통은 산 자와 죽은 자의 연대 위에 서 있었다. 산 자는 죽은 자의 원을 풀어주고, 죽은 자는 산 자들을 보호해주었다.

장례의 풍습도 가지가지다. 플라톤은 세계가 물, 불, 공기, 흙이라는 네 원소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인간은 죽어서 이 네 원소로 돌아간다. 뱃사람들을 위한 수장이 있는가 하면, 불교의 화장이 있고, 주검을 바람에 내맡기는 풍장이 있는가 하면, 흙 속에 묻는 매장이 있다. 여러 가지 장례의 풍습 중에서 내게 충격을 준 것은 티베트의 ‘조장’이었다.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칼로 시체의 뼈에서 살코기를 모두 발라내어 모여든 독수리떼에게 향연을 베풀어주는 것이다. 또 하나 내게 시각적 충격을 준 것은 로마에서 본 ‘카푸치노 승단’의 납골당이었다. 카푸치노라는 커피는 바로 이 승단에서 마시던 것이라고 하는데, 그 커피 색만큼 음침한 이 승단의 납골당 전체를 인간의 뼈로 인테리어했다. 납골당의 복도에는 심지어 인골로 만든 멋진(?) 샹들리에까지 걸려 있었다.

가롯 유다의 가장 큰 죄는 자살?


사진/ 중세시대 시체를 묘사한 그림인 마카브르. 과거의 귀족은 이런 그림을 보며 죽음을 생각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았다.


아리에스에 따르면, 어느 사회든 에로스(=성)와 타나토스(=죽음)를 집중적으로 규제한다고 한다. 에로스는 곧 사회성원의 탄생, 즉 사회 속으로 새로운 성원이 입장하는 것과 관련이 있고, 타나토스는 사회성원이 사회 밖으로 퇴장하는 절차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가령 생산력이 발달하지 못한 사회에는 노동능력을 잃은 노인들을 내다버리는 관습이 있다). 성과 죽음을 규제하는 것은 공동체가 생존에 적정한 규모를 유지하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일이기에, 모든 사회의 터부는 성과 죽음이라는 두 영역을 규제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임약과 낙태술이 발달한 오늘날 성은 더이상 터부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단지 죽음만이 남아 터부의 핵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자발적 죽음’인데, 서구에서는 기독교 전통에 따라 자살을 엄격히 규제해왔다. 가롯 유다가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예수를 판 게 아니라 자살을 한 것이라고 할 정도니까. 자살을 금하는 이 기독교 도덕이 오늘날 서구문명과 함께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 퍼져 실천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자살을 무조건 금지했던 것은 아니다. 중세와 르네상스의 그림으로 보건대 왕에게 겁탈을 당한 뒤 자결했던 고대 로마의 루크레티아는 죄인이 아니라 “순결의 상징”으로 찬미되었다. 이렇게 어떤 사회든지 그 사회가 중시하는 정치적, 종교적, 윤리적 이념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높이 평가된다. 그래서 나라마다 호국영령과 열사와 순교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가 금지한 것은 결코 자살 그 자체가 아닐 게다. 사회는 자기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자살은 금지하지 않는다. 외려 권장한다. 다만 이런 공적인 목적이 없는, 사적 동기에 추동되는 자살만을 금지할 뿐이다. 모든 자살을 금지하는 것은 아마도 사회의 개인주의화에 따라 개인의 가치를 공동체의 가치만큼 평가해주는 시대에 시작되었을 게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인들은 다른 지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자살(가령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이는 베트남 승려)을 결코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자살 사이트 소동 이후 최근에는 안락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안락사는 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가망없는 환자의 수명을 인위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여기에서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 사회가 행하는 집단적 생체관리와 우아하게 죽을 권리라는 환자 개인의 생명관리는 서로 충돌한다. 안락사에 반대하는 논리는 때로 기독교 신학과 생명사상과 같은 철학적 논증으로 뒷받침되곤 한다. 하지만 거기에 실제로 힘을 실어주는 것은 죽음 자체를 터부시하는 현대사회의 일반적 분위기인지도 모른다. 생명은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답게 죽을 권리 역시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다.

진중권/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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