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누가 인터넷을 겁내나  
처음부터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은 이미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애초에 인터넷은 핵공격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군사정보
통신망으로 만들어졌다.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보통신망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핵공격에도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해 인터넷은 ‘분산형’으로 만들어졌다.
분산형이란 확고한 중심이 없다는 뜻이다. 또한 이것은 이 새로운 정보통신망의
가동을 막기 위해 타격하려 해도 그 중심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전부를
없애지 않는다면 부분을 없앨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통신망이다. 

인터넷이 세상에 나타나기 전에, 그리고 나타난 뒤에도 오랫동안, 이 세상을
지배한 것은 ‘대중매체’였다. 인쇄기술을 이용한 신문에서 시작해 전파를 이용한
방송으로까지 이어진 대중매체는 널리 사람들에게 많은 정보를 빠르고 쉽게
전함으로써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대중매체는 한계가 많은
매체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터넷과 관련해서 두드러지는 한계는
‘집중형’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대중매체를 실제로 장악한 사람들이 정보 수집과
전달 과정에서 정보를 왜곡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히틀러가 그랬고,
박정희가 그랬고, 전두환이 그랬듯이. 

이런 점에서 인터넷의 등장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을 여는 것이었으며, 그
대중화는 당연히 민주주의의 커다란 발전으로 이어졌다. 올바른 정보가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는 없다. 시민들이
주권자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를 제대로 전달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은 일부의 사람들이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들을 넘어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정보권의
확장을 가져온다. 

인터넷은 몇몇 매체들이 이 세상의 수많은 정보들을 독점하던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정보의 독점을 통해 세상을 좌지우지하던 몇몇 매체들의 엄청난
권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의 대중화는 정보기술의 발달이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터넷의 힘이 갈수록 두드러지면서 그 폐해를 지적하는 소리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문제는 대중매체의
문제와 연관지어 생각해야만 한다. 대중매체는 정보의 독점을 통해 스스로 강력한
권력기구가 될 수 있다. 인터넷은 모든 사람에게 세계를 상대로 말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이러한 대중매체의 권력을 크게 약화시킨다.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형성된 기득권자들은 인터넷을 두려워하겠지만, ‘보통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세상을 더욱 잘 알게 하고 더욱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삶의 무기이다. 

인터넷의 문제 혹은 폐해를 소리높여 지적하는 세력은 흔히 ‘인터넷에 흐르는
정보의 대부분은 쓰레기’라는 식의 주장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인터넷을 이용해서 이용자들은, 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할지라도, 거의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은 ‘토론 민주주의’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온갖 헛소리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심지어 협박하는 기존 대중매체가 인터넷의 대중화와 함께 그 힘을 점차 잃어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인터넷의 특징 때문이다. 

누가 인터넷을 두려워하는가? 정보의 공개와 공유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꿈꾸는 자라면 누구라도 인터넷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인터넷의 민주주의적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가능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홍성태/상지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