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소리]대학생 인권캠프를 다녀와서
대학생 인권캠프를 다녀와서
이정봉(국민대 경영학과 3년)
지난 해 겨울.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린 것과 함께 인권운동가들이 추위를
견뎌내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던 단식농성이 생각난다.
올 겨울 역시 안타깝게도 천호동 텍사스촌 매춘여성들이 파출소 직원의 인권유린
행위를 조사해 달라며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는 장면을 보았다.
인간다운 사회 멀기만…
국가보안법의 개정·폐지 논의가 계속되고, 동성애자·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
소수자 인권문제가 공론화 되는 가운데 올 연말에 기쁜 소식들이 전해지길 바라며
인권운동사랑방과 서울대 인권동아리 '사람세상'이 주최하는 대학생 인권캠프를
참가했다. 참가하는 동안에 내가 어렴풋이 갖고 있던 인권의 개념을 정리하고,
현재의 인권문제를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왜 아직도 인권유린이 계속되는가? 인권은 다른 어떤 권리보다도 필수적임을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존재하고,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성적소수자를 억압하는 검열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인권운동사랑방이 발행하는 '인권하루소식'이 벌써 2천 호를 넘어 섰다는
것은 우리나라 인권상황이 아직도 열악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나는 열악한 인권 현실의 원인을 두 가지에서 찾고 싶다. 첫째는 보수·우익이
한국의 정치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지 김 사건'이 단적인 예이다.
국가권력(안기부)은 이 사건을 조작하고, 87년 당시의 상황을 공안정국으로 바꾸려
했다. 작년에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자 투쟁이 거세게 일자 "이 가뭄에
파업"이란 표제로 기사가 실렸다. 보수·우익세력의 사건조작과 본질왜곡이 우리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짓밟고 있다. 둘째는 시민들의 참여부족이다. 이는 앞의 내용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일상적 시기에 대부분의 이데올로기는 기득권자들의
이데올로기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기득권의 이데올로기에 제약
당한다.
대한민국 남자면 모두 군대에 가야하고, 동성애는 에이즈를 발생시키는 것처럼
말한다. 만약 징집에 거부하면 국가에 대한 반역이고, 동성애를 옹호하면 질서를
거스르는 사람인 것처럼 매도한다. 즉 보통 사 람들의 행동을 제약한다. 이런
제약은 인권운동이 공감대를 형성되었음에도 인권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번 캠프를 진행했던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사무국장은 인권운동을 '합법과
비합법의 줄타기'라고 표현했다. 합법적인 운동이란 실정법 안에서 이루어 내려는
것과 실정법이 존재함에도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요구를 말한다. 이 범위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인권교육'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초·중·고)의 전체
평균 59.9%가 '인권교육을 받은 적 없다'는 한 일간지 설문조사는 인권교육의
부재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만약 어릴 때부터 인권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성과 사회제도 그리고 소수자에 대해
다양하고 건전한 관점을 제시해 줄거라 생각한다.
그럼 비합법적인 운동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저항이다. 60년대 후반에 전
세계적으로 일었던 베트남 반전시위를 주목해 보자. 당시 미국은 경제적·군사적
·외교적으로 세계 패권을 쥐고 있었다. 그래서 승리를 확신하며 50만 명의 미군을
파병했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호치민이 이끄는 베트남민족해방전선의 전략과
전술도 뛰어났지만, 미국은 자국 내에서 거세게 일어난 반전시위에 항복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건 젊은이들은 징집영장을 불태우는 적극적인 저항을 벌이는가
하면 반전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시위 진압 군인들에게 꽃을 건네주며 평화를
외쳤기 때문이다. 또 68년에는 반전시위에 자극을 받은 미국 여성운동가들이
미스아메리카를 뽑는 행사장 앞에서 기능성 브라(bra)를 내동댕이치며 성차별을
조장하는 문화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실천이 역사를 바꾼다
역사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동할 때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해 준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많은 시민단체들이 있다. 환경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로 다양한 형태들로 운동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사람들과 운동들이 우리의 인권현실을 바꿀 수 있는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고민의 중심을 사람에 두면서 사회를 변혁하기 위해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 운동이 확대되고 그 꿈이 실현된다면 언젠가 인권운동이
필요 없는 사회가 올 것이라 확신한다.
원문...http://www.ngotimes.net/times/times_view.asp?code=7&code2=3&idx=7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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