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표현의 자유 음란물 제작 권리까지 확대돼야" 
 
음란영화제를 가다....진짜 "음란"은 욕망 통제하는 "권력"...음란영화 15편
성황리 상영

지난달 28일부터 3월3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렸던 제32회 '독립영화, 관객을
만나다' 행사는 '음란'을 주제로 하고 있었다. 

'음란영화제'라, 어떤 '불온한' 상상력일까. 흔히 말하듯, 음란은 난잡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터부시 돼왔는데. 하다 못해 사회적 진보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음란한 표현의 자유는 논의거리가 되지 못했음을 말해서 무엇하랴.

맞다. 음란은 타기 돼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흔히 음란하다고 이야기되는
것들이 모두 음란한 것은 아니며, 음란의 대명사로 표현되는 동성애, 성기노출,
자위행위 등의 성적 행위나 성적 상상은 무조건 타기 돼야할 것은 아니다. 

이번 영화제를 공동 주최하는 한국독립영화협회와 문화개혁시민연대, 딴지일보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것은 표면에 보이는 것들이 아니라 이면에 숨겨진 것들, 혹은 그것이
드러나는 맥락 속에 있다"고. "정말 음란한 것은 드러난 성기가 아니라 맥락과
의미를 무시한 채 무조건 음란하다고 말하는 입장과 시선, 그리고 욕망을
통제하려는 권력"이라고.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선정된 15편의 영화들은 무언가를 감추고 도덕적인 체 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심각하게' 음란한 영화들이다. 

적극적으로 타락해지기를 선동하는 이지상 감독의 <탈 순정지대>를 비롯, 어머니의
사랑을 포르노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김정구 감독의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
창조주를 천사와의 섹스를 탐하는 모습으로 그려낸 이진우 감독의 등 이미 각종
단편영화제에서 그 파괴력을 인정받은 작품이 일단 눈길을 끈다. 독립영화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감독 4인(김정구, 이지상, 유상곤, 이송희일)의 4가지
단편영화를 묶은 디지털 옴니버스 장편영화 <사자성어>의 시사회도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토요일 3시. 이성애적 가족주의 안의 동성애를 다룬 두 편의 영화 <슈가힐>,
<멀미>, 군대에서 벌어지는 동성애 이야기인 <정액의 힘> 등이 상영되는 시간.
기자가 찾아간 극장은 꽉 들어찬 관객으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간혹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이어졌으나 상영 후에는 진지한 모습으로 감독과의 대화에 임했다. 

관객들은 음란한 영화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방배동에서 안국동까지 일부러 찾아왔다는 임승일 (27)씨는 "이번 영화제가 온갖
음란한 것들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교정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특히 초청작
<아파바>는 저예산 에로티시즘 영화를 다시 보게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진짜 음란한 포르노를 기대했는데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대부분 이날 관객들은 주최측의 기획의도를 십분 이해하는 입장. 

부대행사로 진행된 세 개의 퍼포먼스도 관객들의 좋은 호응을 얻었는데, 특히
<시위>라는 제목의 '게이 결혼식'은 시종일관 웃음으로 가득했다. 과일 퍼포먼스를
진행했던 퍼포머 피망머리 씨는 "보이지 않게 드러나는 것들이 오히려 섹스보다 더
야하다"며 "바나나, 귤 등의 과일에서도 '음란'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에 레즈비언 섹스를 다룬 영화 <탐폰설명서>를 출품한 정새론 감독은
"음란을 '사유'하려는 영화제 분위기에 매우 만족한다"며, 자신의 영화가
"레즈비언들의 커밍아웃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부대행사로 열린 '누가 음란을 두려워하랴' 토론회에서는 "정치적 보수만이
아니라 문화적 보수도 보수"라며,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진보의 상을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내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중앙대 영문과 교수)은 "문화에서의 진보란 예술적
가치를 주장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확장하고,
이를 위해 표현의 실험을 최대한 추구하는 태도"라며 "표현의 자유에 음란물
제작의 권리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란은 오히려 숭고하다. 우리 속에 내재한 타자성을 현기증 나게 일깨우지
않는가" 그가 문화연대 동인들과 제출한 발제문의 마지막 말이다.

(이지안mulu@kdlpnews.org)
 
독자의견 쓰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