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한겨레 2002년 2월 17일자

음란물 차단 SW로 부모몫 다했을까


`아이가 음란물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인터넷에 음란물 사이트가 늘고, 더 `화끈한' 장면 을 보고 싶으면 회원 가입을
하라는 전자우편이 초 등학생에게까지 마구 뿌려지면서, 어린 자녀의 음 란물 노출
문제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일 부 부모들은 컴퓨터에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거나 인터넷과 전자우편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음란물 노출을 막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권하는 것은 `컴퓨터를 거실로 옮기고,
아이의 인터넷 이용에 관심을 보여주라'는 것이다. 학교에 보낼 때마다 “차
조심해라”고 타이르듯, 항상 주의를 주라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방송청도
최근 음란 스팸(쓰레기)메일과 음란 사이트 등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컴퓨터 거실로 놓기', `인터넷 이용 규칙 정 하기', `아이가 이용하기에 적당한
사이트 추천하기' 등을 제시했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는 이연호(44·서울 종로구
필운동)·이영희(39)씨 부부 는 가정에서 이런 규칙들을 실천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집의 컴퓨터는 거실에 있다. 또 모니터를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가족들도
화면을 잘 볼 수 있는 쪽을 향하게 했다. 남편 이연호씨는 “컴퓨터를 가족들에게
완전히 개방된 장소 에 놓는 방법으로 음란물 사이트 접속을 막고, 자신도 모르게
음란물 사이트에 들어갔을 때도 누가 볼까봐 서둘러 되돌아 나오게 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부인 이영희씨는 “아이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자세를 바로잡고, 컴퓨터
사용시간을 제한 하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습을
늘 볼 수 있어, 자세가 삐 뚤어졌거나 눈을 모니터에 너무 가까이 댄 자세로
컴퓨터를 사용할 때마다 지적해 바로잡 을 수 있다고 했다. 또 게임에 너무 빠지는
것 같으면 “나 급하게 찾아볼 정보가 있는데 잠 시 비켜줄래”라고 양해를 구하는
방법으로 중지시킬 수 있다고 비법을 공개했다. 

이씨 부부는 또 아이들과 컴퓨터를 함께 사용하면서 어떤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놓고 사용 하는지,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는지 등에도 관심을 나타낸다.
인터넷접속프로그램의 주소 록에 새로운 주소가 추가돼 있으면 아이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 곳인지 물어보고 같이 들러보기도 한다. 

음란 스팸메일 문제는, 신문기사 등을 보여주며 미성년자가 보면 안되는 내용을
담은 전자 우편이 아이들에게도 발송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함께 걸러내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매일 아침과 저녁 아이들과 함께 전자우편을 확인해,
제목이 이상한 게 있으면 함께 열어보고 음란물을 담고 있으면 아이가 직접 메일을
지운 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신고 하도록 하고 있다. 

이씨 부부는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의 힘을 빌리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부인 이씨 는 “차단 소프트웨어 설치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눈을 속이거나 틈새를
찾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며 “따라서 인터넷 내용등급제 시행에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내용등급제 와 차단 소프트웨어는, 해당 정보의
유해성과 차단 여부에 대한 판단을 컴퓨터에게 맡기도 록 하는 거예요. 내 아이
교육을 기계에 맡길 수는 없잖아요?” 

이씨 부부는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을 도와주는 방식으로 임하고 있지만, 대신
엄격한 규칙 도 정해 놓고 있다. 초등학생 아들의 경우, 하루 컴퓨터 사용시간이
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하고, 처음 20분 동안은 반드시 타자연습을 해야 한다. 

“음란물 문제는 부모쪽에서 일방적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아이에게 완전히
맡겨서도 안된 다고 봅니다. 특히 차단 소프트웨어 같은 것에 의존하는 것은
부모의 구실을 포기하는 것 이라고 봐요. 가족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로 보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노력하는 자세를 가 져야 합니다.” 

이영희씨는 “아이와 함께 하면 아빠와 엄마의 인터넷 탈선을 막는 효과도
있다”고 귀띔했 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