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성폭력 법적 대응 강화를”

홍아무개(19·대학생)씨는 4년 전부터 사귀어온 여자친구 정아무개(16)양이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자고 하자 정양의 학교와 시교육청 홈 페이지에 ‘원조교제를
상습적으로 하고 있다’ ‘임신해 유산까지 했다’는 등 성적으로 비방하 는 글을
20여차례 올려 경찰에 구속됐다.

조아무개(32·회사원)씨는 여자친구가 술에 취 해 잠든 사이 알몸 사진을 찍어
놓았다가 나중 에 헤어질 것을 요구하자 ‘알몸 사진을 인터넷 에 올리겠다’고
협박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 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현실 남녀관계나 사회 생활에서 불만을 가진 사람이
상대방을 성적 으로 모욕하는 온라인 명예훼손이 자주 발생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남성이 여성 을 상대로 한 경우다. 

지난해 부산대 여성주의 사이트 ‘월장’은 군가산제와 대학내 예비역 문화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불만 을 품은 남학생이 운영자들의 전화번호를 성인
사이트에 공개하는 바람에 음란전화 공세에 시달리는 곤 욕을 치렀다. 한 유명
여성 문인 역시 현실세계에서 앙심을 품은 개인에 의해 온라인상에서 지속적인 성
적 비방에 시달려야 했다. 

온라인 명예훼손은 삽시간에 대중에게 퍼지기 때문에 가해자가 처벌된다 하더라도
이미 개인의 명예는 만신창이가 되어 회복하기 어렵다. 

한편, 군가산제 또는 호주제 폐지 등의 여성주의적 논의가 있는 사이트는 항상
집단적인 성적 언어 폭력 으로 폐허가 돼 왔다. 여성주의 사이트 ‘언니네’
운영자 권김현영씨는 “처음에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던 여성주의 사이트들이
성폭력적 언어 공세 때문에 다소 엄격한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
분의 여성주의 사이트들이 회원 가입을 요구하거나 운영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야
가입이 가능한 것은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장난으로
행하는 언어 폭력이 결국 커뮤니티 전체를 와 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난달 31일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여성인권 침해 현황을
살펴보고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가
주최한 국제학술대회 ‘여성의 권리, 사이버 권 리’는 한국과 미국의 사이버
성폭력 실태를 공개하고 실질적인 대응책을 논의했다. 미국에서 사이버 성범 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시민단체를 설립한 제인 히치콕은 “사이버 성범죄는
더이상 개인의 문제 가 아닌 법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며 사이버 성범죄 처벌법
제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이버문화연 구소 민경배 소장은 “여성주의 사이트들
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사이버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사안별로 강력한 공동대응을
통해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한편, 정보통신위원회 이경화 책임연구원은
“사법기관 등 공공기관과 사이트 운영자, 민간단체 사이에 핫라인을 설치해
상습적인 가해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공 유하여 현실세계에서 제재를 하는 근거를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김아리 기자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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